직장을 그만둔 뒤에도 오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제게는 이 질문이 『주식 투자의 그릇』을 읽는 동안 계속 남았어요. 회사를 떠난 뒤에도 생활은 이어져야 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투자자는 그런 삶의 한 가지 모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도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보다, 한 사람이 그렇게 오랫동안 투자자로 살아왔다는 사실이었어요.
소설로 읽으니 가까워진 투자 이야기
『주식 투자의 그릇』은 후지모토 시게루가 쓴 소설형 투자 입문서예요. 마흔 살 직장인 신페이가 시게루 할아버지를 만나 투자를 배워가는 이야기로 풀어갑니다.
제게는 이 소설 형식이 잘 맞았어요. 투자 지식을 설명만으로 접할 때보다, 인물이 질문하고 배우는 과정을 따라가니 이해하기 편했거든요. 책도 쉽게 읽혔고요.
주식에 관심이 생겨도 처음부터 차트와 지표를 공부하려면 부담스러울 수 있잖아요. 이 책은 인물의 대화를 통해 투자에 관한 생각을 접할 수 있어서, 입문자가 읽기에도 문턱이 낮겠다고 느꼈어요.
90세에도 투자하는 사람을 보며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시게루는 19세에 주식을 시작했고, 66세에 컴퓨터를 배워 인터넷 거래를 시작했어요. 책에서는 90세에도 활동하는 현역 투자자로 소개됩니다. 저자 소개
그 긴 시간이 놀라웠어요. 오래 살아남았다는 것에 더해, 나이가 들어서도 새로운 거래 방식을 익혔다는 점이요. 소설처럼 편하게 읽다가도, 그 뒤에 실제 투자자의 오랜 삶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크게 다가왔어요.
워런 버핏을 떠올리면 제게는 천재에 가까운, 쉽게 닿기 어려운 인물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시게루의 이야기는 조금 더 가까웠어요. 나도 배우고 따라가 볼 수 있는 부분이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물론 그 역시 아주 오랜 경험을 쌓은 투자자예요. 책이 쉽게 읽힌다고 해서 그의 실력까지 쉽게 얻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겠죠. 다만 막연한 동경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도 그렇게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오래 투자한다는 말의 의미
여기서 구분할 부분도 있어요. 시게루는 짧은 주기로 주식을 사고파는 데이트레이딩을 하는 투자자예요. 그를 보며 느낀 ‘오래 투자하고 싶다’는 마음은, 한 종목을 수십 년 보유하는 전략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시게루 현지 인터뷰
제가 관심을 가진 건 투자자로 지내는 시간 자체였어요. 직장을 떠난 뒤에도 스스로 판단하고 공부하면서 이어갈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 마음이 갔어요.
책에 공개된 발췌문 중에는 시게루가 자신의 판단을 돌아보고 거래를 복기하는 내용도 있어요. 많은 경험을 쌓은 사람도 계속 반성한다는 대목은, 오랫동안 투자한다는 말을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합니다. 본문 발췌: 「투자의 결단」
오래 한다는 건 이미 모든 답을 알아서 편해진다는 뜻은 아닐 거예요. 잘못 판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판단을 다시 살펴보는 과정도 포함될 테니까요. 제가 그의 삶에서 배우고 싶은 부분도 그런 꾸준함이에요.
이런 기대를 가진 사람에게 잘 맞을 책
이 책은 주식 공부를 시작하고 싶은데 어려운 투자서는 부담스러운 분, 직장 이후의 삶을 생각하며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분에게 잘 맞을 것 같아요. 소설 형식의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겠고요.
반면 종목을 고르는 구체적인 공식이나 정교한 매매 기법을 기대한다면 목차와 미리보기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제가 좋게 읽은 이유는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와 투자자의 삶에 대한 관심이었어요. 전문적인 분석 도구를 얼마나 배울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고른 책은 아니었고요.
또 투자자로 오래 살고 싶다는 바람과, 당장 투자 수익으로 생활할 준비가 됐다는 판단은 별개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성공이 나에게 같은 결과를 약속해주지는 않으니까요.
제게 남은 건 오래 해보고 싶다는 마음
『주식 투자의 그릇』을 읽으며 저는 시게루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투자자로 활동하는 모습을 꿈꿔봤어요.
회사를 그만두면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생각할 때, 투자라는 일이 오래 이어갈 수 있는 일로 느껴졌거든요. 그 길을 실제로 오랫동안 걸어온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고, 나도 배워보고 싶었어요.
제게 이 책은 투자를 어렵지 않게 접하게 해준 책이면서, 앞으로 어떤 일을 오래 하고 싶은지 생각하게 해준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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